BIMP-EAGA 심층탐구

필리핀의 기대와 한국의 기여

등록일 2024.12.30

 

 

 

BIMP-EAGA 5대 전략축 연결
필리핀의 기대와 한국의 기여

 

 

김동엽(부산외대)

 

 

 

ASEAN 지역 내 소다자 개발 협의체인 BIMP-EAGA는 필리핀의 피델 라모스(Fidel V. Ramos)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4년 출범했다. BIMP-EAGA는 브루나이를 제외하고 회원국 내에서도 저개발 지역, 즉 주변화된 지역 및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의 경제·사회적 발전 도모를 목표로 한다. 대륙부 ASEAN의 메콩강 유역 국가 간의 개발협력 소다자기구인 메콩강경제권(GMS)에 대비하여 도서부 국가 간 합의로 출범한 BIMP-EAGA는 지역 내 사람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각종 물리적 인프라와 제도적 정비를 통한 연결성(connectivity) 확장에 주력해 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외부 투자를 유도하고, BIMP-EAGA 지역을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와 효과적으로 연계함으로써 회원국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 입장에서 BIMP-EAGA는 민다나오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여 국가 통합과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민다나오는 정치적 갈등을 오래 겪었고 경제적으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필리핀의 적극적인 BIMP-EAGA 참여는 ASEAN 내 다자협력 체제에서 필리핀의 외교적 역량 강화에 기여한다. 필리핀은 BIMP-EAGA 내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의 보다 긴밀한 유대와 상호 이해를 촉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문제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BIMP-EAGA는 필리핀이 인접한 회원국과의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하여 저개발 지역인 민다나오와 팔라완의 농업, 수산업, 관광업 등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지역 내 인프라 확장을 통한 물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는 광역 술루-술라웨시 회랑(GSSC) 개발은 외국자본의 유치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민다나오와 술라웨시 북부를 잇는 새로운 해운 루트
출처: Mindanao Development Authority, https://minda.gov.ph/news/64-mindanao-north-sulawesi-indonesia-sea-route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BIMP-EAGA는 필리핀 민다나오 및 주변 지역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여 지역 주민들의 빈곤율 감소와 생활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회원국 간 협력 및 이해 증진에 힘입어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불법적 행위에 대한 공동 대처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BIMP-EAGA는 필리핀이 변방인 민다나오와 팔라완을 국제적 개발 협력의 파트너로 제공함으로써 외교관계의 증진, 경제발전의 계기 마련, 그리고 지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회원국 간 그리고 역외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필자는 BIMP-EAGA의 필리핀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다나오 개발청(Mindanao Development Authority, MinDA)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필리핀의 BIMP-EAGA에 대한 입장과 한국에 대한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BKCF 사업 성과(2023)
출처: Mindanao Development Authority, https://minda.gov.ph/news/833-ph-bimp-eaga-project-recieve-funding-from-south-korea

 

 

우선, 필리핀 정부는 BIMP-EAGA 협력을 통한 민다나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아키노 정부(2010-2016) 하에서 수립된 다양한 민다나오 개발 정책이 이후 두테르테 정부(2016-2022)와 현 마르코스 정부(2022-2028)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다나오와 필리핀 수도권을 연결하는 인프라 개발과 민다나오와 주변 BIMP 국가들을 연결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에 정부의 예산과 해외 차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아키노 정부 하에서 합의되고 두테르테 정부 하에서 법제화된 민다나오 무슬림자치구(BARMM) 정부는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BIMP-EAGA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 경제 발전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밝혔다.

 

이러한 필리핀의 BIMP-EAGA에 대한 기대가 좀 더 효율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먼저 BIMP-EAGA의 제도적 강화가 시급함을 언급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사바에 위치하고 있는 조정국(Faciliation Center)은 관련 국가와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매번 정상회담 시에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이 지연되는 사무국 설치와 같은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국제적 관심도의 부족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이 BIMP-EAGA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주로 지역 내 개별 국가 단위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역 소다자 기구인 BIMP-EAGA를 개발과 투자의 상대로서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BIMP-EAGA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한국이 BKCF(BIMP-EAGA-Korea Cooperation Fund)를 통해 지역 협의체로서의 BIMP-EAGA에 관심과 투자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 BIMP-EAGA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아세안 지역에서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개발 협력의 파트너로서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BIMP-EAGA의 필요에 부응하여 소지역 내의 연결성 확대를 위한 각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BIMP-EAGA 체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함께 효율성 강화를 위한 각종 디지털 인프라 강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